이번 전시는 지난 2013년 12월 개인전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내 마음을 기록했다는 의미에서 Docu-mentally 라는 부제를 가지게 되었다. 그러나 은유와 상징을 통해 그려낸 이 작업들이 관념으로 끝나길 바라진 않는다. 나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관념이 아닌 실재(實在)이기 때문이다. 내 마음이 살과 피라는 실재의 물질로 이루어진 몸이 살아있을 때 비로소 작동하듯이.
그것 위에서, 그것 속에서, 그것을 가지고 매일 살아가는 내게 사실 ‘물질’은 ‘관념’보다 더 실재이다. 그런 연유로 내 작업에서는 다양한 물질(재료)이 등장한다. 흙, 모래, 시멘트, 종이, 스티로폼, 나무 등.
각 재료는 그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. 그러나 그 다른 목소리들은 결국 한 가지 소리를 내게 된다. 그 소리는 다름 아닌 나의 ‘마음’이다.
따라서 어떤 재료를 사용하든 늘 한 가지 흐름을 가져가도록 노력하고 있다.
물질들이 내 마음과 만났을 때 작업은 관념이 아닌 살아있는 증거로 남게 된다. 다만 ‘물질’과 ‘관념’의 유혹에 너무 깊이 빠지지 않고, 내가 표현해야할 생명에 대한 예의를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.
2015. 4월 박미화